简介
2001년 < 기억상실 >로 데뷔했던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은 8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지난 2009년 2집 앨범 < a tempo >를 발표, 활동을 재개했다. 그녀가 오랜만에 발표한 앨범 제목이 가진 의미처럼 ‘다시 본래의 빠르기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마치 지난 8년 간의 공백을 보상이라도 하듯 무척 부지런히 크고 작은 무대 위를 오르내렸다. 그리고 올 여름, 켜켜이 쌓인 그녀 안의 소리들은 지난 앨범에 미처 다 풀리지 못한 듯, 여섯 트랙 빼곡히 채운 알찬 EP 음반에 담겨 다정하게 다가온다. 오소영의 EP < 다정한 위로 >에는 총 여섯 트랙이 수록되어있다. 하나음악에서의 데뷔 시절, 그녀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 주었던 선배와 동료들 가운데 EP작업을 하면서 다시 조우한 박용준과 함춘호의 이름이 눈에 띈다. 특히 박용준은 이미 탁월한 건반연주자이자 작곡가일 뿐 아니라 국내 최고의 편곡자로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바, 오소영의 EP 앨범에 편곡자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 다정한 위로 >는 어쩌면 오소영의 서정과 비애가 최근 2집 앨범을 기점으로 어떻게 성숙되었는지, 그 연장선 상에 있는 트랙이라 하겠다. 고즈넉한 박용준의 편곡 솜씨가 돋보이는 가운데 다정한 그녀의 음성이 소근거린다. ‘이 세상 누구도 날 고치지 못할’ 것이며 ‘이 세상 무엇도 날 이끌지 못할’ 것이란 그녀의 절망은 바닥을 치는 듯 하나, 멜로디는 한없이 영롱하게 빛나고 다만 ‘한 줄기 그 빗물’에 온기와 위로를 찾는 굳은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사는 법은 < 일기 >에서 노래하듯 언제나 꿈을 꾸고 길을 걷는다. 그 꿈의 끝, 길의 끝에 무언가 만나고 성취하길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웃으면 세상도 따라 웃으니’ 스스로 그 길을 웃으며 걷는 법을 터득한다. 공간감 충만한 곡의 도입부가 나른하고 슬픈 기운을 안고 있다가 후렴구에 이르러 더없이 낙천적인 멜로디로 반전하는 것 역시 그녀의 슬퍼하되 절망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되 체념하지도 않는 부드럽고 강인한 정서가 담겨 있다. 그녀는 시종일관 ‘나는 또 다시 바보처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 ‘아주 나쁜 사람이라 널 아프게 했다’며 자책하지만(미안해) 길 위에 주저앉지 않고 스스로 방랑하는 운명을 택한다. 그 길 위에 만나는 ‘조그만 나무’와 ‘조그만 바람,’ ‘조각달’과 ‘따스한 별빛’ 같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풍경들에 마음을 두고(나는 여기에), ‘서두를 것 없이’ ‘느릿느릿’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해도 어디든 갈 수 있는’ 길 위의 운명 말이다(어디라도). 앨범의 마지막에는 그녀의 시작이기도 했던 데뷔 앨범의 < 기억 상실 >이 리메이크로 다시 수록되어 있다. 2001년 조동익 편곡이었던 버전에 비해 눈에 띄는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단출한 어쿠스틱 구성의 기타 연주는 여전한데 풋풋하고 영롱하던 그녀의 음성이 전보다 더 시간을 머금은 음성으로 변화했고, 스튜디오의 정제된 느낌이 방 구석의 편안한 느낌으로 변화했다. 십 년을 돌아 길 위에서 방 구석으로 돌아온 앨범의 끝에는 잔잔한 수면 아래 그녀가 품고 키운 슬픔과 절망, 기쁨과 위로가 뒤섞여 자라고 있다. 슬프건 기쁘건 하나같이 그 결이 곱고 깊은 가운데 가없이 다정한 온기를 머금었다. 어쩌면 그녀의 노래들은 그저 스쳐 지나는 ‘한 줄기 빗물’에 지나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 그녀의 노래에 귀 기울이는 당신에게는 더없이 ‘다정한 위로’가 될 것이다. -기린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