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는 연전연승했다. 1세대 헤비메탈 그룹인 시나위에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던 그는 결국 리더인 신대철과 음악적 지향이 다름을 이유로 갈라섰지만, 순수 헤비메탈과 하드록을 고집했던 신대철은 신대철대로, 더 대중적인 록을 하고 싶었던 김종서는 김종서대로 모두 애초의 그 지향을 모두 지켜내고, 또 성과를 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한 지점이다. 카리스마와 시나위로 대표되는 그룹활동 시절의 김종서 커리어와 솔로 활동 시절의 김종서 커리어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자가 그의 음악적 뿌리인 '헤비메탈'을 내세웠다면, 후자는 그보다는 대중성을 우선 염두에 둔 무겁지 않은 록 사운드를 그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그의 5집, [Kim Jong Seo Ⅴ]는 그런 대중지향의 솔로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그의 대표작이다. 당시 공전의 히트곡이며 지금까지도 라디오에서 리퀘스트되는 "아름다운 구속"이 바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또 다른 명곡 "영원 (永遠)", 그리고 보컬과 함께 랩을 시도한 서태지와 아이들 식의 록 넘버 "추락천사 (墜落天使)" 역시 이 앨범에 담겨 있다. 이 시기부터 자신의 고정 밴드를 꾸려 녹음을 했기 때문에 앨범 내에 "Tommy's Blues"와 같은 곡을 통해 연주자를 위한 배분을 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그는 록 매니아들만 반응할 것 같던 그의 목소리도 대중적인 친화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으며, 또한 대중적인 접근을 꾀했을지언정 결코 '록'이라는 음악적 뿌리를 놓지 않았다. 김종서가 국내 음악계에서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거둔 로커'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 커리어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앨범이다. 김종서의 대중지향 록 사운드, 그 정수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들어야 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