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 ‘One Night Stand’ 음악으로 담아낸 하룻밤, 그 강렬함의 순환에 대하여 온 몸을 쿵쿵 울리게 만드는 강렬한 베이스와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리듬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은 현란한 불빛 아래에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비명을 지르며 몸을 흔드는 젊은 남녀들을 흥분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음악이다. 이 강렬한 음악이 이끌어내는 열기는 어두운 클럽 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갈구하게 만들고, 이들은 매일 밤 각자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색깔을 구축한 실험적인 프로듀서이자 디제이 250은 자신의 첫번째 앨범 ‘One Night Stand’에서 이러한 하룻밤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이 앨범은 클럽에 들어서서 춤을 추는 남녀가 각자의 상대를 찾아 헤매고, 찰나의 감정에 금방 사랑에 빠지고, 만족하고, 아쉬워하고, 허탈해하고,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를 더 원하는 하룻밤의 감정을소리로 묘사하고 있다. 프로듀서 250의 음악적인 영역은 경계나 한계가 없어 보인다.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는 원초적인 감정과 행위를 드러내는 데 있어서 아프리칸 음악과 같은 에스닉(Ethnic)한 리듬과 소스들을 다양하고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 Sign은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이어서 등장하는 박수 소리와 목소리 샘플 등을 통해 적절히 곡의 반전을 줌으로써 남녀관계가 지닌 달콤한 로맨스과 본능적인 에로스의 양면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Jungle Book에서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아다니는 클럽 안의 풍경을 아프리칸 특유의 퍼커션 리듬과 스트링 사운드를 통해 눈에 불을 켜고 정글 속 먹이감의 냄새를 좇는 사냥꾼들의 축제처럼 묘사했다. 이외에도 I Need You 트랙 중반부 브레이크에 등장하는 관악기 연주라든가, Aye와 View에서의 퍼커션 소스 등 앨범 곳곳에서 이런 음악적 시도를 찾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One Break에서는 힙합 브레이크 장르 고유의 올드스쿨한 감성과의 교집합을 적절히 찾아냈고, What Happened in Masquerade에서는 살랑살랑하고 우주적인 사운드가 멜로디컬한 시부야계 팝이라든가 대프트 펑크의 서정적인 트랙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장르와 스타일이든지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의 영역 안에 끌어들이는 과감함. 소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두 개의 전혀 다른 스타일들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컨셉을 찾아내고, 이질감없이 한 곡에 녹여내는 프로듀서 250의 능수능란함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이 앨범은 앨범의 제일 마지막에 인트로를 배치하면서 독특한 서사구조를 취하고 있다. 앨범의 뒷부분에 아웃트로가 아닌 인트로가 나오는 것은 이 이야기의 결말이 아침이 밝아오는 것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이러한 트랙 배치를 통해서 250은 이들의 하룻밤이 반복되는 일상과 같이, 더 나아가 삶과 죽음을 반복해왔던 인류의 삶과 같이 끝없이 반복되어 왔고 반드시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트랙배치를 통해 서사구조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전위적 시도에서 아티스트 250이 단순한 비트메이커가 아니라 이야기를 구성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프로듀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프로듀서 250의 가장 큰 장점은 오리지널리티에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으로 풀어갈 줄 아는 프로듀서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색을 내고자 하는 그의 고민과 노력이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긴 시간 동안 믹스셋을 플레이하면서 클럽에서 춤추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지시켜야 하는 디제이로써의 풍부한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을 이번 그의 앨범은 앨범 단위의 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프로듀서 250의 탄탄한 힘이 느껴지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