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歌曲
- 时长
简介
국내 스카펑크 1인자 ‘레이지본’의 3집은 펑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1집과 2집에서 보여준 소위 ‘달리는’록의 전형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악기(첼로, 플루트)를 섞는 잡탕의 미학을 통해 진보된 스카펑크의 진수를 확인시킨다. 특히 사운드적인 측면에서 경쾌한 남미 리듬의 도입이나,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이용한 빈티지 사운드에 대한 고찰은 이들의 확대된 음악적 성향을 증명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3집의 진지성은 지칠 줄 모르는 빠른 리듬 안에서도 연주의 의미를 하나하나 찾아가는 이들의 ‘해석력’에 있다. 이준원의 랩은 이제 장난끼 가득한 치기어린 몸부림이 아니라, 또렷한 의미전달로 성량을 조절할 줄 아는 원숙한 표현력을 갖췄다. 혀가 말리는 듯한 독특한 래핑에 방방 뛰는 그의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변화된 모습에 화들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80년대 헤비메탈의 리프를 그대로 간직하면서도 ‘치카치카’하는 스카 리듬의 독보적인 사운드를 구사하는 임준규의 기타나 신들린 듯 포효하는 노진우의 보컬, ‘탁탁’ 끊어치면서 리듬의 강약 제어에 탁월한 재주를 선보이는 안경순의 베이스까지 어느 하나 연주의 의미 있는 해석이 깃들여지지 않은 곡이 없다, 앨범의 전반부가 스카펑크 고유의 정신을 담은 것이라면, 후반부는 독창적인 실험이 빛나는 섞임의 미학이 잘 드러나있다. 후반부에 나타난 일련의 곡들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개인적으로 이 후반부의 곡들을 ‘애시드 펑크’라는 새로운 장르로 명명하고 싶다.), 각 멤버의 기량뿐 아니라 전체적인 곡의 맛깔난 구성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별로 들을 필요가 없을 듯한 곡들은 이번 앨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곡들은 점층법의 구조처럼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순간마다 목이 마를 정도로 기대감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새 앨범은 어떤 면에서는 펑크에 대한 배반이고 도전이다. 타이틀 곡’친구’를 위시한 일련의 곡들은 블루스적인 슬픈 감성을 입혔는데, 그 한(恨)의 선율이 펑크의 낯선 이방인의 모습으로 재평가될 만하다. 즐거운 듣기 뒤에 슬픈 흔적들을 남기는 이들의 능력이 조금 얄밉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떤가, 음악의 폭을 넓히고, 인생을 관조하는 가치관이 더욱 깊어졌음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었으니…